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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외할머니 보고싶다고 웃으면서 나에게 얘기하는 엄마
나는 그 말이 그냥 하는 말인줄 알고 허허 하면서 웃고는 했지만
돌아서서 생각해보면 참 먹먹해지는 것 같다
 
나는 늘 엄마가 곁에 있었고
엄마가 없는 세상은 상상도 안해봤으니까
그러나 엄마는 아니였다
 
어릴때 돌아가셔서 이제 엄마가 된 엄마는 외할머니가 얼마나 보고싶으실까
그러고보니 나는 외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거의 아니 아예 없다
아침 학교가는 길 엄마가 사진 한 장을 주면서 말했다
"정수야~이 사진 몇 장만 크게 해서 깨끗하게 뽑아줄 수 있겠니?"
난 순간 받고 멈칫했다
사진 속 엄마는 두살, 세살 남짓의 어린 아기였고
그 옆에는 큰이모 뒤에는 외할머니가 있었으니까...
'사진 속 외할머니는 참 미인이시네'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란 손주 보시면 얼마나 뿌듯해하실까
 
난 소망했다
엄마의 꿈속에 매일 외할머니가 나타나서 훌쩍 커버린 나와 다 같이
산책도 하고 밥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들이 나와주기를...
 
나는 알아
엄마의 통통하던 14살을
아빠를 반하게 한 24살을
누나를 반지하에서 재우던 26살을
 
내 책가방 메고
나랑 집까지 걸으며
내 손에 은행잎을 쥐어주고 책사이에 끼우라던 37살을
그리고 그때 엄마의 꿈들을
14살 엄마는 언니보다 예쁘고 싶었고
24살 엄마는 동생 밥해주는게 싫어 혼자 살고 싶었고
26살 엄마는 예쁜 딸을 낳고 싶었고
37살 엄마는 나에게 세상을 주고 싶었잖아
 
내가 꿈을 꾸게 하고
내 꿈들을 모두 이뤄준 엄마는
엄마와 나는
지금 너무 행복하잖아
엄마는 수저가 아니야
엄마는 내 세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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